Disclaimer:
저는 예술을 1도 모릅니다.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 혹시 제가 틀린게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전 예술을 제대로 공부한게 '진중권의 서양미술사'를 초등학교때 읽은 게 마지막입니다.
나는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이다. 우리나라 국립 미술관의 전시들은,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는 복지의 일부라고 늘 이야기 하는 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은 모두 내가 너무나도 애정하는 장소이다. 오죽하면 국현미는 유료회원까지 가입하며 거의 매달 가다싶이 할까.
이번의 비엔나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 (이하 비엔나전) 는 작년 국립 중앙박물관의 합스부르크 전에 이어 크게 회자가 되고 있는 전시다. 나는 항상 국립중앙박물관의 새로운 전시를 버스 광고로 알게 되는데, 이번 전시또한 마찬가지로 버스 광고로 알게 되었다 (...)
유럽의 회화를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들이 먼저 내딛은 첫 발자국은 현대의 삶과 나의 취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마치 100년 전 나비의 날갯짓이 지금까지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런 차원에서 내가 좋아하는 미감의 시작을 엿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올해의 생일은 비엔나전과 함께 했다.
이건 사회라는 거대하고 규칙적인 네트워크속에서 5명의 인물이 비정형적으로 분포하며 서로간 느슨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려고 노력함과 동시에 각각의 고유한 개인상을 지키고자 하지만 모두 네모난 프레임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스스로의 객체성을 지키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인 녹슬며 스스로를 망가트리는 한 개인을 대변한 사진은 아니고 국립중앙박물관 위 천장이다. 패턴이 예뻐서 찍어봤다.
바깥 시작은 다른 분들도 많이 찍으셨을테니까 바로 첫 입장부터 시작한다. 1900년대에 들어오며 예술에 많은 변화가 나타났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눈여겨보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서체(font)이다. 인쇄술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며 다양한 서체가 등장한 것은 그보다 2,3세기정도 전이지만, 유럽의 19세기 낭만주의를 지나 20세기 아르누보 시대에 도달해 단순히 가독성이 좋은 서체를 넘어 예술적이고 아름다운 서체들이 등장학기 시작한다. 위와 같은 서체도, 이 당시 처음 제안된 서체로 알고 있다.
이 포스터도 캡션을 깜빡하고 안 찍었는데, 정말 압도적인 서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 포스터 또한 극도로 예술적인 폰트와 더불어 미니멀하고 규칙적인 레이아웃으로 인해 5선지 악포처럼 운율감을 느끼게끔 한다.
이 그림또한 마음에 들어 한장 담았다.
평범한 의자처럼 보이지만, 내구성을 유지하며 나무를 휘어 의자를 만드는 일은 보통 쉬운일이 아니다. 스팀으로 나무를 부드럽게 한 다음 조심스레 구부리고, 그 상태로 건조시켜 강성을 유지했다고 한다.
1관까지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회화 위주의 전시라 카메라를 썩 꺼내고 싶지 않아 휴대폰으로 눈이 가는 작품만 몇장 찍었다.
그러던 도중 2관으로 넘어가면서 내가 카메라를 꺼내게끔 한 작품은 바로 이것이다.
정말이지, 이 잔은 예술이다. 저 스템과 보울의 비례감과 색감은 정말 말을 잃게 만든다. 정말 저 잔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있었는지 모른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의 수박 빈티지 사장님께서, '감도가 높아지려면 좋은 비례감을 가진 물건들을 자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라고 말씀하신걸 들었는데, 이 잔이 나에게 그렇게 다가왔다. 저 스템과 보울의 비례감이 나에겐 정말 전율이 돋을 정도로 예뻤다.
오묘한 색이 맘에 들어 찍은 한 수도승
지금 당장 만들어 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패턴과 색의 지갑
언듯 보면 평범해보이지만, 뒤 스테인드글래스처럼 꾸며둔 인상과 함께 각진 의자의 파란 발이 귀여워 한장 담아보았다.
오스카 코코슈카의 개인전 포스터이다. 무심한듯한 서체와 더불어 한손으론 붓을 들고 눈으론 우리를 처다보는 모습이 마치 말을 거는듯하다. 코 끝과 시선의 방향이 상이해 묘한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재미있다.
마치 할말이 있는 듯한 M자 헤어라인의 청년
막스 오펜하이머의 자화상인데, 얼굴과 더불어 저 손때문에 한참을 보았다. 그 당시에는 인간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표정이고, 그 다음이 손이라고 믿었다. 약간은 기괴하면서도 창백한 저 손이 오펜하이머의 삶을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또 하필 이 그림을 코코슈카 그림 옆에 건 것도 박물관 측의 의도였겠지..
그리기도 힘든 손을 이렇게 조각할 수 있는건 악마의 재능이다..
에곤 쉴레의 자화상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전반적으로 좋은 전시였다. 글에는 정말 많은 부분이 누락되었지만, 클림트와 쉴레의 사제지간으로 스토리텔링을 풀어가는 것도 좋았다. 아무래도 해당 사조의 예술가 중에선 둘이 제일 유명하니까.. 코코슈카와 오펜하이머 또한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후회 없는 전시였다. 강추까진 아니지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