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를 비유하자면, 큰 파도가 넘실대는 망망대해 속 돛단배에서 티타임과 다과를 즐겼다고나 할까? 그 어느때 보다 고단했고 또 그 어느때보다 욕심이 많은 한 해였다. 잔인하리만치 몰아치는 연구실을 해쳐나가기에도 벅찬 시간들이었지만, 연구실에 올인했음에도 내가 실패할까봐, 또 내가 연구실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나의 마음이 부셔질까봐, 일주일에 많게는 70시간씩 연구실에 갈아넣으면서도 아주 작은 짬이 났을때마다 의도적으로 다른 일들을 벌려나갔다.
24년에 나는 책 2권을 써내 교보문고 위에 올렸고, 4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왔고, 3편의 유튜브를 올렸고, 5편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으며, 짝꿍과 함께 독립을 했다.
이 모든 것들이 결코 내가 금전적으로, 시간적으로, 체력적으로 여유롭기때문에 가능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모든 취미이자 사치들은, 단 한순간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연구실의 일들에 대한 돌파구이자 제 2의 삶이 될 수 있는 분산 투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은 마치 반찬과도 같아서, 5첩 6첩 반상이 되다보면 무엇을 먼저 먹을지, 무엇을 마지막에 먹을지에 따른 딜레마가 항상 뒤 따라온다. 그리고 삶은 늘 그렇듯이, 가장 맛없는 반찬을 가장 많이 먹어야 한다는 점마저도 동일하다.
시간을 잘 쓰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아주 많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블럭식스는 그중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논한다. 모든 것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손에 쥐지 못했던 저자는 마치 오늘의 나를 보는 것만도 같아 약간의 위안도 든다. 책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시간에 기반한 스케줄링이 아닌, 하루를 6개 조각으로 나눠 총 42개 조각으로 이루어진 일주일을 스케줄링을 권한다. 또 가장 집중해야하는 블럭과 힘을 빼야하는 블럭을 나눠 모든 순간에 힘을 쏟을 수 없음을 인정해야한다고도 한다. 아주,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나는 훗날 경영자를 꿈꾼다. 비록 첫 창업은 조용히 사그라들었지만, 다가올 다음을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첫 창업때의 여러 실수들을 반추하자면 역시 경영능력의 부재이다. 나이도 어렸고, 경험도 노하우도 모든 것이 부족한 순간이었다. 다음의 기회는, 조금 더 노련하게 다가가고 싶다. 하지만 거창한 회사를 경영하기전에, 나의 하루에 대한 경영이 먼저다.
[신경끄기의 기술] 삶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관하여. (0) | 2025.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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