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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1월 | 화천/홍천 2일차] 눈이 많이 와 눈꽃축제를 못가다니

[여행로그] 국내여행

by Life WHE 2025. 2. 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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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시간당 2mm 정도의 눈이 내린다고, 기상청은 그랬다.

 

예측이 맞은 것일까, 틀린 것일까. 하늘에서 바라보는 모든 공간에 모두 눈이 쌓였다. 열시간 동안 20cm 정도가 쌓였으니, 어쩌면 기상청은 맞은 것일수도 있겠다. 

 

마치 흑백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었다. 밝은 하얀색 앞에서 색채는 어둠이 된다. 붉은 벽돌도, 짙은 초록의 나무도 모두 강한 대비의 흑색이 된다. 

 

오늘은 눈을 보러 가는 날이다. 정확히는 계획만 그랬다. 어제까지 대관령 눈꽃 축제에 눈이 없으면 어떡하지 같은 고민을 했다. 강원도의 힘을 얕잡아 본 것이다. 눈을 뜬 순간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나, 대관령까지 갈 수 있을까? 

 

 

 

말도 안되게 눈이 왔다. 아니, 오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눈 오는 날 사진을 찍어본 사람들은 모두 알 것이다. 왠만히 눈이 많이 내리는 날도, 사진에는 내리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날은, 적어도 내가 살아온 날 중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었다. 

 

숙소인 홍천에서 계획대로 한 대관령까지는 국도와 지방도를 번갈아 타야하는 상황, 실시간으로 내리는 눈이 제설되어 있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었다. 

 

그렇게 이번 여행의 큰 목적 중 하나였던 대관령 눈꽃 축제는 아쉽지만 내년을 기약하기로 하였다. 사실 눈꽃축제를 갈 필요조차 없었다. 눈 앞이 모두 새하얀 눈이었으니까. 

 


가마솥장수두부

 

평창 대신 홍천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과거 막국수를 파셨던 흔적은 감춰지고, 1인 손님을 위한 순두부와, 2인 이상을 위한 두부전골과 고등어두부구이가 끝. 

 

고등어두부구이도 유명한것 같던데, 우리는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 두부전골을 주문하였다.

 

 

 

두부전골은, 강원도의 맛이었다. 삼삼하고 투명한 맛. 큰 기교는 없지만 그래서 이따금 생각나는 맛. 

 

그나저나, 이런 곳까지도 로봇이 배달을 하다니. 뭔가 뒷맛이 씁쓸했다. 아마 솥밥이 뜨거워서 로봇을 쓰시지 않을까, 기분 좋게 생각해보려고 해본다.

 

 


담소원

 

홍천에는 유명한 카페가 그다지 많지 않다. 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비발디파크 근처에 외지인이 운영하는 카페들이 전부다. 

 

대신 홍천의 시내에는, 사람 냄새가 가득 나는 카페들이 조금씩 숨어있다. 

 

 

 

 

 

붉은 벽돌의 카페 (와 사장님의 댁) 뒤에 진녹색의 나무들이 병풍처럼 서 있고, 이 모든 풍경을 눈이 한번 감싸안았다.

 

이 카페의 장점을 꼽으라면 몇가지가 있지만, 아무래도 가장 먼저 언급할 내용은 아주 귀여운 강아지가 있다는 것.

 

 

개울이는, 아주 순하고 귀여운 친구이다. 이 카페는 애견 동반이라 이따금 강아지 손님이 찾아오는데, 짖지도 않고  무던하게 바라보는 친구이다. 

 

 

그리고 디카페인 메뉴와 크로플을 판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한땀 한땀 수제 반죽을 만들어 구운 크로플을 바라는 사람을 위한 곳이 아니다. 그런 분들은 새들러 하우스로 가시길. 

 

여기는 할머니가 차려주는 밥상의 카페 버전이다. 정감 넘치는 곳. 그래서 좋았던 곳. 

 

 

주문이 모두 나가면 사장님께서는 눈사람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바라만 보아도 기분이 좋아지던 순간이었다. 

 

 

커피를 마시다 보니 어느덧 날이 맑아졌다. 화창한 하늘 아래에서 눈꽃은 더 반짝인다. 

 


 

아나파우오

 

 

저녁식사까지 잠깐 시간이 남아 숙소 근처 까페에 잠깐 들렸다.

 

 

커피와 소금빵이 맛있었던 카페. 

 


 

 

저녁은 숙소에서 바베큐를 해먹었다. 이렇게 좋은 바베큐 기계가 있는 숙소는 드문 편이다. 숯 또한 질이 좋아보였다. 

 

 

 

시내에서 장을 볼때 홍천에서 만든 맥주를 발견해 두병을 가져왔다. 

 

바베큐 현장이 우풍이 너무 심해 제대로 즐기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하루

 

 

때론 자연은 우리의 삶을 비틀어둔다. 비단 자연 뿐만이 아니라, 저항할 수 없는 많은 환경들이 모두 삶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외압에 저항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새로운 길을 즐기며 걸어가려는 삶의 태도가, 더 큰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 나는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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