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주간 돼지로그] 12월 셋째주 - 오늘은 좀 매콤쌉쌀시큼달큰할지도 몰라

[돼지로그] 먹고 또 먹고

by Life WHE 2024. 12. 22. 23:16

본문

요새 거진 5년만에 드라마에 빠졌다. 한석규님 주연의 티빙 오리지널,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가 바로 그것이다. 극에서 남편 강창욱(한석규 분)은 아내와 별거 중 아내의 대장암 말기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와 요리를 시작한다. 아직 2화까지밖에 보지 못했지만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만났다. 
삶은 다채롭다. 우리는 다채로움이란 단어를 긍정적으로 받아드리지만, 그 단어 안에는 어떠한 긍정도 부정도 담겨있지 않다. 그저 예상할 수  없이 넓은 상황과 선택지를 마주할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채롭다는 단어를 긍정적으로 받아드린다. 마치 통점에 해당하는 매콤한 음식도 우리는 즐거움으로 받아들이듯, 우리의 삶에 찾아오는 고통도 그렇게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것 처럼 말이다. 아쉬운 점은, 매콤한 음식은 우유와 어느정도의 시간이면 치유될 수 있지만, 삶에 찾아오는 고통은 때론, 정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오늘의 공복 체중, 168/55.1 이번주의 돼지로그 시작해본다. 
 
-12/15 (일)
수육, 과메기와 김치찌개

아직 초보 주부라 요리가 동시에 나오게 하기는 참 어렵다. 수육은 아직 준비중.

 
독립해 살고 있는 2인 가정에 김치는 계륵과도 같다. 한국인으로써 집에 없으면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자주 먹게 되지는 않는다. 김치가 눈에 들어와 보글보글 끓인 김치찌개. 수육이 조금 남으면 김치찌개에 넣어보자. 야들야들한 수육은 찌개 안에서 2막을 맞이한다. 
 
-12/16 (월)
잭슨피자

 
 
어쩌다 보니 월요일부터 배달음식. 하지만 피자는 늘 그렇듯 진리다. 하와이안과 페퍼로니 딜라이트를 반반 시킨 조합. 
 
 
-12/17 (화)
조용한 송년회

 
 
연구실에서 거진 8,9개월만에 동료들과 함께 술을 먹었다. 침몰하는 배 속 동료들은 모두 착잡한 마음일테지. 하지만 그럼에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서로를 토닥이고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다. 1차로는 전과 닭한마리, 2차로는 먹태를 먹었다. 
 
 
-12/18 (수)
과메기와 김치찌개 pt. 2

 
내 삶은 다채롭지만, 그렇다고 가정의 밥상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써 매일 다른 메뉴를 준비하기엔 조금은 벅차다. 남은 과메기와 김치찌개로 조용히 넘어가본다. 
 
-12/19 (목)
차돌박이를 올린 오일파스타

 
나는 알리오 올리오가 야식이라고 배웠다. 늦은 시간에 라면 대신 고를 수 있는 비교적 건강한 선택지. 원래의 레시피에는 스파게티면과 올리브오일, 마늘과 페퍼론치노가 전부지만 차돌박이를 살짝 구워 올리면 그럴싸해진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맛이 안난다면 굴소스와 같은 조미료의 도움을 조금 빌려보자. 
 
-12/20 (금)
양꼬치

 
올해 하반기 내내 외부 약속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는데, 이번주에 두번이나 일정이 있었다. 연말은 연말인가보다. 아주 소중히 생각하는 선배와 후배, 그리고 짝꿍과 같이 오랜만에 보는 자리였다. 집근처 양꼬치 집을 알게 되어 가보았는데, 주문을 받으면 본토의 발음이 물씬 나는 오더가 들어간다. 시작부터 믿고 먹을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다. 아니나 다를까, 양념되어 있지 않은 양꼬치가 나온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강력히 추천하는 이곳의 이름은 신당의 '박가네양꼬치'
 
 
-12/21 (토)
목살구이와 된장찌개

 
짝꿍은 확신의 한식파이다. 나는 전혀 아니지만. 그래서 주에 최소 2번은 한식을 밥상 위에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의 메뉴는 고깃집 스타일의 얼큰한 된장찌개와, 불맛을 낸 목살 구이. 국산 목살은 아무래도 가격이 부담되어 미국산을 사보았는데, 왜 한돈이 맛있는지 다시한번 알게 되었다. 장을 볼때마다 맛있는 걸 먹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항상 가격표를 보곤 내려놓게 된다. 사랑에는 한도가 없지만 카드에는 한도가 있음에 안타까움을 삼키며 목살을 볶았다. 언젠가는 짝꿍이 좋아하는 한우를 원없이 구워줄 수 있겠지. 
 
목살구이는 살코기가 많아 삼겹살과는 다른 맛이 있다. 하지만 이때문에 잘못 오래 구우면 질겨지기 십상이다. 목살을 구울때는 기름을 충분히 두르고 구워보자. 또 심심한 맛의 고기인 만큼 충분한 간과 조미는 필수이다. 후추를 살짝만 넣고 구워도 맛있지만, 수입산의 경우에는 고추가루를 조금 넣고 불맛을 내보자. 중화풍의 색다른 볶음을 맞이할 수 있다. 
 
 
-12/22 (일)
닭갈비와 남은 목살
 

 
우리집의 외가는 춘천이다. 나의 피 중 절반은 춘천에서 왔다는 뜻이다. 그로 인해 어렸을 때 부터 지겹도록 닭갈비와 옥수수와 함께하였다. 본가에 갔더니 이번에도 닭갈비를 마주하였다. 너무나도 자주 먹어 질렸지만 그럼에도 맛있다. 피를 부정하기는 어려우니까. 이 닭갈비는 국산이다. 짝궁을 위해 국산 닭갈비를 구워주고, 나는 어제의 미국산 목살을 마저 치워보자. 
 
 
연말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도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시간은 분기 없이 유유히 흐르지만 그것을 애써 구분하는 것은 인간의 발명이다. 적당히 살고 사라지는 우리의 삶을 우리는 기여코 그것을 백여등분으로 나누고, 그것을 또 12개로 나눈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그 작은 시간의 조각을 다른 조각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나의 지난 50주는 다채로웠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나쁜 일이 훨씬 많았다. 나의 신년은 조금 더 나은 한해이길 미리부터 기도해본다. 
 

728x9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