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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돼지로그] 1월 셋째주 - 기록도, 요리도 모두 습관이다.

[돼지로그] 먹고 또 먹고

by Life WHE 2025. 1. 19.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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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요리를 거의 하지 않았다. 어쩌다 보니 밖에서 사먹는 날이 많은 한주였다. 글도 마찬가지였다. 준비하고 있는 인스타매거진도, 블로그에 올리려고 정해둔 주제도 모두 답보상태이다. 오래 글을 쉬다보니 글이 잘 안써지고, 잘 안써지다보니 글을 잘 안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마치 굴러가던 공이 서서히 멈추려는 듯한 모양이다. 만약 지금과 같은 상태가 몇주간 더 지속된다면 속도를 줄이던 공은 영영 멈출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공을 미는 것은 쉽지만, 멈춘 공을 다시금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부단히도 어렵다. 공이 더 속도를 줄여 아예 멈추기 전에, 무슨 글이라도 조금씩 적어야 다시금 속도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의 돼지로그는 그런 차원에서 올리는 글이다. 문장 하나를 적기 위해 5개의 문장을 쓰고 지운다. 그럼에도 마음에 드는 문장은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퇴고를 한다. 이 글의 가치는 완벽이 아닌 완성이다. 

 

오늘의 공복 체중: 168 / 55.4

 

 

-1/13 (월)

프렌치 어니언 스프와 츄러스

이날은 오래된 가방을 고치러 수선집에 간 날이었다. 

너무 오래 들어 튿어진 가방의 손잡이

 

수선집에 가방을 맏기곤, 근처에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츄러스집을 갔다. 원래는 츄러스만 먹으려고 했으나, 프렌치 어니언 스프가 파는것을 참지 못하곤, 스프와 츄러스 2개를 주문하였다.

프렌치 어니언 스프

 

따뜻한 스프를 먹을때면 프라하에서 먹던 마늘 스프가 생각이 난다. 왜인지 이날은 그리 춥지 않았다. 아마 따뜻한 스프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1/14 (화)

차돌 떡볶이와 짜장밥

 

이날은 아침에 떡볶이를 먹으라는 계시를 받았다. 가끔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눈을 떴는데 어떤 음식이 강렬하게 뇌리를 강타하는 그런 날. 이날이 나에게 그런 날이었다. 예전에 떡볶이떡을 사두었는데, 어느순간 유통기한이 두달이나 지나버려 결국 모두 버리고, 냉동고의 떡국떡으로 떡볶이를 차렸다. 어렸을 적 우리 어머니도 떡국떡을 넣은 떡볶이를 해주시곤 하셨다. 그런 날이면 밥을 즐겨먹지 않는 나지만, 떡볶이 만큼은 싹싹 긁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1/15 (수)

얼큰한 순대국밥

 

이날은 서울시청 앞의 스케이트장을 다녀왔다.  

나는 조용한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음악을 듣고, 전시를 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하지만 나의 짝궁은 몸을 쓰고, 머리를 쓰는 아주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이다. 그동안 너무나도 나의 취향에 맞춰준 짝꿍을 위해 갈만한 곳을 물색하던 중, 과거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나온 서울시청의 스케이드장이 생각나 짝궁과 함께 방문했다. 

 

비록 나는 15분 남짓 타고 나와 짝꿍을 구경하였지만, 나에게도 짝꿍에게도 너무나도 색다르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스케이트를 타기 전, 서울시청 근처의 국밥집에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 사실 국밥은 독립한 후 한번도 먹지 않았었다. 평일의 점심은 샐러드, 저녁은 요리를 해먹고, 주말은 보통 국밥보다는 그럴싸한 메뉴를 먼저 생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국밥을 꽤나 좋아하는 내가 혈액내국밥지수가 0이 되도록 한번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날 깨달았다. 

 

-1/16 (목)

굴을 넣은 라면과 튀기듯 구운 삼겹살

 

 

똑같은 마트에서 파는 굴을 먹었는데, 어떨때는 배탈이 크게 나고, 또 어떨때는 괜찮을 때가 있다. 이런 경우를 몇번 겪게 되면 굴에 대한 공포와 트라우마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바로 노로바이러스인데, 이는 보통 인간의 분변을 통해 전파되곤 한다. 즉, 당신이 생굴을 먹고 배탈이 났다면, 그건 아주 미량의 분변을 섭취했다는 끔찍한 사실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피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굴 포장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만약 그곳에 '가열조리용' 이란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는 해당 굴을 채취한 양식장 인근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는 뜻이다. 즉 해당 문구가 적혀있지 않다면 비교적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굴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https://www.threads.net/@kerorojungsam/post/DEmKJHiJD-C

 

몇주전 이마트에서 굴 매대에서 굴을 집을 때 분명히 가열조리용이 없어서 맛있게 생굴을 먹었었다. 그래서인지 이날도 장을 볼때 당연히 굴들이 가열조리용이 아니겠거니 하고는 씨알만 보고 굴을 골라왔다. 그러곤 집에 와서 맛있게 먹으려는 찰나, 혹시나 하며 확인해보니 '가열조리용'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아니겠던가. 결국 급하게 라면으로 요리를 틀고, 삼겹살과 함께 굴라면을 즐겼다. 

 

-1/17 (금)

혼자 먹는 닭갈비

 

짝꿍이 외박을 하러 나간 날이었다. 오랜만의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냉장고에 있는 닭갈비가 생각나 한번 구워봤다. 180도 오븐에 30분 가량 구운것 같은데, 너무나도 맛있는 요리가 되어 나와주었다. 비록 사진은 맥주와 곁들이며 어두운 조명 아래라 맛이 없어 보이지만, 매번 팬에 구운 닭갈비보다 훨씬 맛있었다. 

 

-1/18 (토)

굴파스타

 

가열조리용 굴의 절반을 처리하기 위해 파스타를 한번 해먹었다. 굴파스타를 할때 굴의 익힘 정도를 조절하면 재미있게도 파스타에서 김 맛이 은은하게 난다. 짝꿍은 굴이 먹은 김의 맛이 나는걸까, 의심을 했는데 꽤나 그럴싸한 접근인 것 같기도 하다. 와인 한잔과 즐기며 오늘도 행복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이었다. 

 

-1/19 (일)

유린기와 유니짜장

 

오랜만에 어머니와 저녁을 함께 하였다. 어머니가 본가 근처의 유린기가 맛있는 중식당을 이야기해주셔서 방문해보았는데, 첫입을 먹자마자 가히 탄성이 나올만큼 맛있는 요리였다. 소스도 너무 밸런스가 좋지만, 튀김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 인상깊은 요리였다. 아마 기회가 된다면 자주 방문하지 않을까 싶다. 가게는 '한원' 으로, 위치는 다음과 같다. 

 

 

쌀쌀하고 차분한 일주일이었다. 나에게는 지난 한달이 마치 3차 성징을 하는듯한 시간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마음이 자란다. 나의 행복과 평안은 모두 나의 가족과 짝꿍의 희생과 배려, 사랑으로 가능했다. 

 

나의 다음주도 더 겸손하고 사랑하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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